만나기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말을 해도 부드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아프게 하는 사람, 남의 험담만 늘어놓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려면 망설여지고 부담스럽습니다. 설령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어도 자기 자랑만 반복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할 말만 하려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부담스럽습니다. 이렇게 그 사람이 말하는 태도가 우리를 부담스럽게도 하고 친근하게도 합니다. 말, 말은 가까이 할 사람과 멀리 할 사람을 구분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이웃을 만납니다. 상사를 만납니다. 그러면서 그들을 대해 보면 각기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늘 무뚝뚝하고 권위를 내세웁니다. 항상 부드러운 이들도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극단은 좋지 않습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면 정말 꼴불견입니다. 강자에게 약한 것은 비열입니다. 약자에게 강한 것은 비겁입니다. 강자에게 강한 것은 정의감이며 용기입니다. 약자에게 부드러운 것은 관용이며 배려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은 바로 말이란 표현을 통해 나타납니다. 적당한 만큼의 부드러움, 적당할 만큼의 대담한 말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랍비가 학생들을 위해서 만찬을 베풀었습니다. 소의 혀와 양의 혀로 만든 맛있는 요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딱딱한 혀와 부드러운 혀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다투어 부드러운 혀만을 골라 먹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랍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들도 혀를 언제나 부드럽게 간직하게, 딱딱한 혀를 가진 사람은 남을 화나게 하거나 불화를 가져오는 법이니까.”
말을 부드럽게 하는 사람을 대하는 건 일단 부담이 없고 좋습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사람 주위에는 늘 사람이 모입니다. 부드러움이 사람을 부르고 강함이 사람을 멀게 하는 것입니다. 부드러움은 강한 것을 능가하는 인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 위선이 숨어 있다면, 언젠가는 그 위선은 드러나고 맙니다. 그럴 때 그 부드러움은 차라리 강한 것만 못합니다. 부드러움 속에 진실과 정의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진실이 담긴 부드러움은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강한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움이 강한 힘을 발휘하려면 그 안에 진실과 정의를 담고 있어야 하고, 강함이 강한 힘을 발휘하려면 그 안에 관용과 배려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말이란 살아서 움직이는 화살과 같아서 상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기 때문에 에로스의 금화살이 되느냐 납화살이 되느냐는 그 말을 발사한 사람이 담고 있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하냐가 그 말의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에 항상 말의 상대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삶 속에서 말은 강하고 좋은 무기인 동시에, 파괴적이며 치명적인 무기입니다. 그러므로 진실과 정의, 부드러움과 논리를 잘 비벼서 요리를 한 비빔의 기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