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보 홍길동

나도 한마디

대중이 ‘미치기 직전’까지만 양보하는 권력 <펌>

우리 사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이라고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배하는 권력과 자본”이라 말하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 그러한 단어들에 대해 ‘운동권 용어’라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읽어달라는 소박한 뜻이다)은 서민과 노동자들이 참다가 미치지 않는 선까지만 양보한다. 그러나 독점이 장기화되면 상황 판단에 둔감해진 권력은 대중이 이미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기 마련이고 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 이른바 혁명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진행형인 ‘재스민 혁명’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일상의 작은 고충처리에서조차 매번 그 교훈을 되새긴다. 87년 6월항쟁 당시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지도부에 참여해 투쟁을 이끌었던 노동운동 대선배가 그 뒤 한동안 생활고를 겪었다. 소래포구에 가서 배를 타며 꽃게·새우잡이를 몇 달 동안 했지만 손에 쥐어지는 돈은 없었다. 건설현장에서 ‘노가다’도 했지만 오래전 경찰들을 피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다 골절된 다리 때문에 다른 일꾼들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다. 끝내는 광고지 보고 찾아간 여관에서 청소일도 한 3년 했다. 담담히 풀어내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민주노총 위원장에 버금가는 비중으로 노동운동을 이끌던 대선배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노동자 피맺힌 고충 눈감는 기업

그 선배의 부인이 슈퍼마켓 체인점 생선코너에서 냉동 생선 상자를 나르다 허리가 삐끗하는 사고를 당했다. 산재보험 처리를 위해 회사에 찾아간 선배에게 담당 직원은 “회사 설립 이래 그런 사고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역사가 없다”면서 완강히 마다했다. ‘걸어다니는 노동법’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노동상담 경력을 착실히 쌓았던 선배는 두어 시간의 승강이 끝에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인내할 수 있는 선까지만 거짓말을 하시오. 아시겠소? 내가 참을 수 있는 선까지만 거짓말을 하란 말이오.” 평소에도 기품 있어 보이는 선배의 깊은 눈에서는 형형한 빛이 뿜어져 나왔을 것이다. 그 뒤 그 ‘업무상 부상’은 당연히 산재보험 처리가 됐다. 회사 담당자가 선배의 눈에서 미치기 일보 직전의 섬뜩한 광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 일은 바르게 처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개 슈퍼마켓 체인점의 권력 앞에서도 노동문제는 ‘참다가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가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물며 사람들로부터 “국가를 지배한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대재벌 권력은 오죽할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파악한 것만 해도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46명이나 되고, 제보가 들어온 사람만 120여명에 이른다. 기숙사에서 투신자살한 고 김주현씨 가족들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시신을 차디찬 안치실에 둔 채 49재를 치렀다.

직원들 죽음 사과 않는 삼성

그 많은 죽음들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밝히기 위한 노력에 대해 삼성이 근거 없다고 주장하며 가족들의 애절한 사과 요구조차 마다할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해도 사람들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앞뒤 맥락을 몇 번이나 읽어 봐도 큰 형님이 동생을 타이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이 그렇게 답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정도의 발언으로는 청와대 관계자나 시민들이 미치는 선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권력은 상황 판단의 균형감각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대중이 이미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도달해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큰 변혁의 물결을 맞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길이 남아있지만...

<경향신문 2011. 3. 15.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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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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