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보 홍길동

‘처절한 분노와 사랑의 불길’로 ‘인간의 나라’를 꿈꾸던 성자 <전태일평전 독후감 조합원4>

‘처절한 분노와 사랑의 불길’로 ‘인간의 나라’를 꿈꾸던 성자


전태일 참 많이 들어보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돼서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많은것을 느끼고 배웠다.
<전태일평전>을 읽고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인간성을 찾았다. 여러 날을 두고 생각해 보았지만, 전태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결론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가난한 부모를 만나, 온전한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누더기와 굶주림에 매까지 맞아가며 어린 시절을 버텨낸 전태일, 그토록 학교에 다니고 싶었건만 끝내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처럼 ‘부한자’에게 마구 짓밟히는 생활을 살아낸 전태일, 자신보다 더 어리고 더 가엾은 소녀 노동자들을 위하여 배고프고 힘든 것을 감수하며 사랑을 베풀었던 전태일, 부당한 사회현실을 알고 나서부터 거대한 사회에 맞선 용감한 사나이 전태일, 어린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 선택하여 불꽃처럼 아름답게 인생을 완성시킨 우리들의 성자 전태일, 그의 삶과 죽음은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표현을 넘어 거룩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평화시장 미싱사로서 현실에 눌러앉을 수도 있었건만, 재단사가 되어야 어린 시다들을 좀 더 잘 보살펴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는 미싱사보다 훨씬 월급이 적은 재단보조가 되었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시절 그 60년대의 후반기에, 가난 때문에 내팽개쳐져 착취당하는 어린 소녀들을 보고 그는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인정을 베풀었다. 차비를 털어 그 불쌍한 어린 소녀 시다들에게 1원짜리 풀빵을 사 먹이고, 청계천 6가부터 도봉산 집까지 두세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전태일을 보라. 지치고 배고픈 몸으로 다리를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전태일, 통금에 걸려 파출소에서 새우잠으로 지새우는 전태일의 모습을 보라.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우리 역사에 또 있었는가?
"남다른 재기가 있고 꿈이 컸던 전태일은 평화시장의 그 고된 노동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다.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꿈은 그가 평생을 통하여 끝내 이룰 수 없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항상 그의 개인적인 가장 큰 희망이었다."
재단사가 된 뒤에도 전태일은 여전히 힘들고 가난했다. 스스로를 “경제문제 계산기”라고 하며 좌절할 정도로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는 물질에 굴하지 않고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식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입고 있던 바지와 밥을 끓여야 할 곤로를 팔아서 중학교 1학년 과정 통신강의록을 사서 공부하기도 하였다. 전태일이 살았던 그 시대에는 지금과는 달리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학교에 다니기 위하여 초인적인 의지로 노력했으나, 그는 끝내 학교에 제대로 다녀보지 못했다.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은 인간으로서의 정신적 성숙을 이루어내려는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아름답고도 숭고한 것이다. 더구나 전태일처럼 극한적인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오로지 공부해야 하겠다는 의지로 하루 하루를 버텨내는 그 정신은 인류역사에서 인간의 의지와 정신의 강도를 한 단계 높였으며, 따라서 그는 인류의 인간 정신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전태일이 그 혹독한 생활 속에서도 공부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고 키웠던 것이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분명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책의 내용으로 볼 때, 그는 선천적으로 공부를 좋아했으며, 본능적으로 배우고자 했던 것 같다. 무엇을 위하여 공부해야 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목적은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어쩌면 그의 마음 속에도 공부를 함으로써, 즉 학교 졸업장을 땀으로써 사회적 신분이 상승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감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전제하여, 만약 전태일이 그토록 바라던 학교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는 그 당시 데모를 많이 하던 대학생들을 보며, 대학생을 한 사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학생을 통해서 데모를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그가 만약 대학에 갈 수 있었다면, 그는 대학사회에서 데모방법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서 우연히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전태일이 얼마나 놀라워하고 기뻐했으며, 그가 그 <근로기준법>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던가? 이런 그가 만약 대학생이 되었더라면, 그는 누구보다도 아주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현실의 문제와 그 해결점을 깊이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전태일은 개인적인 안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노동운동에 뛰어들 정도로 강건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전태일이 만약 대학생이 되었더라면, 그 당시 우리 대학들이 좀 더 일찍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어 노동자들과 연계한 체계적인 노동운동이 좀 더 일찍 전개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노동운동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며, 우리나라 노동현장의 현실도 지금보다 많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니 더 나아가 그는 노동운동에서 그치지 않고 좀더 광범위하게 사회변혁운동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물론 책지은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전태일이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가 학교를 다녔다손 치더라도 그의 정신이나 의지는 변함이 없었을 것임을 확인해 두고 싶을 뿐이다. 전태일이 그토록 공부하고자 한 그 간절한 열망에 대하여 나는 순수하고 가치생산적이라고 해석하고 싶으며, 설령 그가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가 소시민적인 안일을 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태일의 정신을 더욱 아름답고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참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참으로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절절하게 사랑하고 희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그가 사랑하고 소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향하여 ‘당신은 나의 죽음 속으로 오셔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전태일에게는 참으로 바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나라였다. 약한 자도, 강한 자도,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귀한 자도, 천한 자도, 모든 구별이 없는 평등한 인간들의 ‘서로간의 사랑’이라는 참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이렇게 절박하게 ‘인간의 나라’를 소망하고 그리워한 사람이 우리 역사에 있었던가? 이토록 참된 마음으로 ‘인간의 나라’를 찾으려고 몸부림친 사람이 우리 역사에 있었던가? 많은 애국지사 순국선열들이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이토록 순수하고 참되며 완전할 수는 없으리라.
누구나 서로 사랑하며 참된 기쁨을 맛보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된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을 내세우고 이론으로 가르치기는 쉽지만, 전태일만큼 순수하고 완전하게 실천한 사람은 없다.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추구해야할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서 인정해 주고, 더 나아가 좀 더 가진 자가 좀 못 가진 자를 위해 조금씩 나누어 가지는 미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모습이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인정하고, 조금 더 나아가 내가 먼저 가지게 된 것을 아직 가지지 못하여 인간적인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나와 똑 같은 인간인 이웃에게 조금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해지겠는가?
인간이기에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고 애쓰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다운 꿈을 지닌 사람이며, 그의 눈빛을 별빛처럼 빛날 것이다. 하늘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을 따올 수 없는 것처럼 결코 꿈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며, 혼자만이라도 그 꿈의 실현을 위하여 실천하는 사람이라야만 꿈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으로 그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그 꿈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목숨을 걸지 않는 투쟁은 거짓이다. 그것은 소리치는 양심의 아픔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자기 위안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죽음의 문제이며, 죽음의 문제는 결국 삶의 문제이다. 비인간의 삶에 미련을 갖는 자는 결코 인간으로서 죽을 수 없고, 따라서 결코 인간으로서 살 수 없다.”
가슴을 찌르는 말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뼈저리게 고민해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 인간으로서의 인간다운 삶인가에 대하여 지금부터라도 반성하며 살겠다.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위하여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전태일이 불붙은 몸으로 <근로기준법>을 불태우며 불꽃처럼 스러지고 30년이 되었다. 여전히 근로기준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힘없는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불이익도 여전하다고 한다. 가진 자는 더욱 더 많이 가지게 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더욱 비참하게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전태일이 계획했던 그런 모범사업체가 지금 우리나라에 있을까?
세상은 여전히 ‘부한자’들을 위해서 돌아간다. ‘부한자’들은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쪽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부한자’들의 의식도 그다지 바뀐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더욱 교묘해진 것 같다. 그들은 전태일의 순수한 인간성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전태일의 아름다운 꿈을 거부한다. 그들은 전태일의 거룩한 정신을 조롱한다. 그러면서 그저 ‘부한자’를 성가시게 하는 ‘노동운동가’쯤으로 몰아붙인다.
전태일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고 성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그의 그 순수한 인간애, ‘인간의 나라’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던 아름다운 열정, 온갖 차가운 현실의 장벽에도 굽히지 않는 강인한 의지, 그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친 거룩한 희생을 읽고 마침내 그를 성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전태일정신’을 일깨워 주는 <전태일평전>을 성서처럼 읽기로 했다.
공부하고 싶었지만 공부하고 싶은 그 열망을 이루어보지 못한 채, “땀에 절어 다 헤진 검은 작업복, 비쩍 야윈 몸매, 핏기 없는 얼굴에 노동과 고뇌로 지친 힘없는 눈매”로 그는 나에게 다가온다. 때로는 <근로기준법>을 겨드랑이에 낀 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내 곁을 지나간다. 힘없는 목소리로 “배가 고프다……”라고 하며 불꽃처럼 스러지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전태일평전>을 읽고 나서부터 자꾸 그의 모습이 보인다. 내 생각과 내 생활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나를 감시하고 나를 격려하는 것 같다.
환기시설 하나 없는 먼지 구덩이의 다락방에서 착취당하다 죽어 가는 어린 여공들을 그냥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그들을 인간으로 살려내기 위하여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였다. 진실로 순수한 인간애이며, 아름다운 열정이며, 인간으로서의 가장 강인한 의지이며, 거룩한 희생이다. 학문이나 이념, 종교를 뛰어넘는 순수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정확한 대답은 ‘전태일’이다. 우리 역사에 ‘전태일’이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며, 그는 공자나 예수나 석가보다도 더 순수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우리들의 성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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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제5대노조

등록일2010-12-13

조회수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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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co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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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올바른 인식, 그리고 행동....

dcco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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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할려면 공부해야되나여..
노조에서 요즘 독서토론회 하는것 같은데..
나는 책이라면 기냥 졸려가지고..
난 노조 못할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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