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보 홍길동

나도 한마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평전 독후감 조합원1>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 전태일

전태일. 자신의 몸을 불길의 씨앗으로 삼아 우리에게 당신네의 삶을 알리려 했던 아름다운 청년이다. 전태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초, 중, 고, 대학교를 거쳐 같은 노동자 입장이 된 나이지만 그가 노동자라는 것, 분신자살 했다는 것 외에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다. 그의 죽음의 의미를, 그가 타들어가며 외쳤던 울부짖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상기하고 반성해야 한다.
전태일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식들에게 가난함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겠지만 가난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책 속의 한 글귀처럼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민중의 아들, 억압의 아들로 이 땅에 온 것이다. 전태일의 어린 시절 일기에는 가난함과 배고픔에 대한 고통만이 등장할 뿐이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되어 생활이 조금 펴지려 할 때, 사기를 당하고 만다. 어디에 호소할 것인가? 이 현실은 가난의 희생자를 만들고, 또 그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는 심장을 조여올 뿐이다. 이러한 가난으로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게 된 전태일. 사회가, 가난이, 나라가 빼앗아 가버린 태일의 교육받을 기회, 권리 또한 더 자랄 수 있는 두뇌와 명석함을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이러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가출과 방황을 일삼던 전태일은 우연히 평화시장 내 공원모집 벽보를 보고, 거기에서 시다로 일하게 된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작업 환경은 정말 섬뜩할 정도로 어두운 공간이다. 낮이지만 밤처럼 햇살 한 조각 들어오지 않고, 더 좁은 공간에 더 좁은 노동자들을 메어 넣는다. 10살 남짓한 어린 여자아이들과 여공들은 주사까지 맞아가며 밤새 일을 한다. 전태일은 이러한 작업 환경에서 인간의 물질화를 뼈저리게 느낀다. 노동하는 장소인 다락방. 그 다락방은 단지 일터라고 표현할 수 없다. 그곳은 한마디로 노동지옥이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공간에서 허리 펴기도 힘든 그 곳에서 노동자들은 해고되지 않으려고, 월급이라도 받으려고 그렇게 떠나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것이다. 실직한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으러 나오는 장소인 국민은행 앞은 인간시장이라고 불리운다. 인간시장은 한 마디로 인간을 파는 것이다. 노동력, 어쩌면 인간 자체가 상품화되어버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1970년 11월 13일. 바로 노동자에 대한 관심의 불씨를 지피게 된 사건이 벌어진다.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서 동료에게 성냥불을 대달라고 부탁하여 시작된 불길. 그 불길 속에서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는 몇 마디의 구호를 짐승의 소리처럼 외치다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쓰러진 후에 불씨를 끄는 동료들에게 전태일은 죽어가며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부는 아연 긴장, 노동청을 통하여 전태일의 유족들과 노동자들을 무마하려고 했다. 무슨 일이든 무마해보려 하는 정부의 행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태일의 죽음 후로 전태일을 기리는,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숱한 목숨을 기리는 사회적 운동은 무척 많이 일어난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은 가히 기뻐할 일이나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전태일씨는 인권의 소중함을 지킬 줄 아는 용기와 함께 늦은 후회도 주었다.
전태일의 죽음은 한 청년노동자가 육탄으로 던진 ‘인간 선언’이라고 한다. 인간으로서, 인간 그 자체를 선언한 것이다. 전태일의 죽음으로부터 얼마 후 전태일 사건의 이른바 ‘정치문제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시작이 끝나 있는 것 같다. 우리사회는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적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정치문제화’를 다시 시작해야한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린 그때보다는 참 편한 사회에 살고 있다. 많은 민주화의 격동을 겪으며 인권은 신장되었고, 과거보다 한층 나아진 복지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전태일이 몸을 불살랐던 그 때의 나이는 지금의 나보다 8년이나 적다. 그 청년이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 크게 반성해야겠다.
얼마전 전태일열사 분신 40주기 추모 노동자대회에 참석하면서 몸으로 와닿게 느낀바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그때의 노동자들처럼 생계를 위협받으며,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고 있을 수도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자기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관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은 어떤 연예인이 다리를 다쳤는지, 음주운전을 했는지, 마약을 했는지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어떤 노동자가 죽었는지는 모른다. 우리의 무관심이 그들을 죽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관심을 가지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만이, 정부만이 할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하는 일이다.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읽지 않았다면 전태일씨의 참됨을 잊을 뻔 했다. 이름이라는 빈 껍데기만 가진 채 기억하고 있다고 오만을 부리고 있었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연예인들을 ‘아름다운 누구’라고 묘사하고 칭찬한다.
나는 생각한다. 진정한 아름다운 청년은 바로 ‘전태일’이라고.

전태일열사 분신 40주기를 맞이하여 그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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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제5대노조

등록일2010-12-13

조회수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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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colu

추천하기{AV_vote_p}반대하기{AV_vote_m}댓글등록

수동적 인간, 능동적인간.
옛시절 인간의 내재적의미에 대해 고민한 적이있는데..
동지들은 인간이란 어떤의미라 생각합니까?

dccolu

추천하기{AV_vote_p}반대하기{AV_vote_m}댓글등록

왜 전태일이 아름다운 청년으로 기억되는가를 생각해본다.
자신만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살아간다면 결국 오늘의 현실이 내 자식에게 돌아갈건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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