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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dcalu1

dcalu1|2006-04-25|조회 336
오늘은
향나무를 전지했습니다.
밑둥이 잘리면서
향기 더욱 진동하는 한 그루 나무처럼
잎만 무성한 말의 가지 잘라내어
늘 향기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향나무 연필 깎아 일기에 적습니다.

말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금이 간
내 마음의 유리창을
이제사 침묵으로
갈아 끼우면서 왠지 눈물이 나려 합니다.

살아오면서 무수히 쏟아버린
내 사랑의 말들이
거짓은 아니었어도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오늘만이라도 잠시 벙어리가 되어
고요한 눈길 안으로만 모으고
말없이 기도하고
말없이 사랑하고
말없이 용서하면서
한결 맑아진 떳떳함으로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가장 온전한 집 한 채로
땅 위에 누울 그 날까지
겸손한 한 채의 사랑방으로..


- 이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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