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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소식

김진숙 지도위원 10번째 글

1월 26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박살 민주노총 결의대회때 전화연결한 내용입니다.

먼저 전국에서 오신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이 21일째입니다.
저는 여기와서야 비로소 늦잠이라는 걸 자보는데
아침마다 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야 아침식사를 하러가시는 동지들 마음도 알겠고
밧줄에 밥이나 물을 달아올리고는
왜 밧줄을 밑에서 꽁꽁 묶어 놓는지도 어제야 알았습니다.
마이크 잡고
열사정신 계승을 부르짖고
단결을 약속했던 사람들은 이젠 안오는 이 자리를 지키는 건
2003년에도 끝내 이 자릴 떠나지 못한 동지들임도 이젠 알겠고
주익씨가 마지막 보고간 얼굴들도 저 힘없는 조합원들이었음을 이젠 알겠습니다.

주익씨가 앉고 눕고 섰던 이 자리에 와서야
어떤 날 웃었고
어떤 날 울었고
어떤 날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절망했는지도 알겠습니다.
129일동안 되풀이되던 절망가운데서도
어쩌다 오는 희망을 붙잡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쳤는지도 이제 알겠습니다.
깊은 상처는 세월이 흐른다고 아무는게 아니라
그 상처에 새살이 돋아야 비로소 아문다는 것도 이제 알겠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 뿐이지만
제겐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습니다.
죽을 쑤어오시고 손수 짠 양말을 들고 오시는
얼굴도 모르는 수녀님을 꼭 뵙고 싶고
촛불집회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오는 19살 동현이 얼굴도 보고 싶습니다.
굴국을 끓여와서 위아래서 함께 먹었던 아직 얼굴도 모르는 초선 대의원도 꼭 보고 싶고
정관에서 매일 오시는 지회장님께 막걸리도 한잔 받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8년동안 이 크레인을 단 한번도 똑바로 보지 못했던
술만 먹으면 우는
김주익, 곽재규라는 이름을 평생 낙인처럼 달고 살아야 할 우리 조합원 동지들
그 동지들이 더 이상 아픔없이
정리해고 불안없이 웃으며 일하는 걸 꼭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합니다.
96년만의 추위라던
그래서 만지는 것마다 손에 쩍쩍 들러붙던 그날도 운동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한칸씩 오르내리는 운동.
제 발로 걸어내려가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섭니다.
제가 잠그고 올라온 문이지만 제힘으론 저 문을 열 수가 없습니다.
제가 걸어내려가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때
여러분들은 문여는 법을 잊지 말아주세요.

여기 기륭전자 동지들도 와 계시지만
이젠 이기는 싸움 좀 해봅시다.
열명이 남아 천일을 넘게 몸 다버리고 청춘 다가는 그런 싸움말고
민주노총의 이름을 걸고
금속노조의 이름을 걸고
부끄럽지 않은 투쟁 한번 해봅시다.
제대로 족바로 한번 싸워봅시다. 고맙습니다.


2011. 1. 26.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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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제5대집행부

등록일2011-01-31

조회수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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