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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신문’ 조선일보에 빨간불 켜졌나

28일 ‘가판 폐지’ 전격 결정, 그 속내는…경영상 문제 등 ‘위기감 반영’ 시각

‘1등 신문’ 조선일보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일까.

조선일보측은 28일, 오는 3월 7일을 기점으로 가판 폐지에 들어갈 것임을 공개 천명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2001년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가판을 폐지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로, 향후 신문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선일보 박정훈 경영기획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가지의 등장 등 신문시장에 거센 변화가 불어닥쳤다. 상황이 변한 데 따라 조선일보의 대응책도 바뀐 것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가판 폐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왔다”고 가판 폐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가판신문이 기업이나 관공서와의 ‘기사 거래의 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만큼 조선일보의 결정이 ‘언론 개혁’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같은 결정은 상당히 전격적인 조치로 읽힌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선일보의 가판 폐지 ‘논의’ 움직임이 감지된 바 있으나 최근까지도 조선일보측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확답을 피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은 지난 1월 5일 미디어오늘과의 대담에서 가판 폐지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가판은 콘텐츠와는 크게 연관돼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솔직히 기자는 3D 직업이다. 노동 강도를 줄여줘야 한다. 조선일보가 오늘(3일)부터 주5일 근무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가판이 폐지됨으로써 마감 시간이 늦어지면, 기자들의 노동 강도가 세지는 만큼 가판 폐지문제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과거 조선일보의 한 간부 역시 “지난 98년께 조선일보도 한 달 정도 가판을 없앤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외신보도에서 조선일보의 이름이 거명되지 않는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다시 가판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왜 가판 폐지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리게 된 것일까. 일부에서 ‘환영하듯’ 언론개혁의 용단을 내리기라도 한 것일까.

조선일보측은 이와 관련, “가판 발행으로 우리의 지면 전략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부담이 득보다 더 많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한다. 자신들의 훌륭한 콘텐츠가 가판 신문에서 ‘노출’되는 것이 아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선일보측의 가판 폐지 이유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이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리서치기관인 AC닐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유료 구독률 격차는 2004년 5월 이미 0.6% 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가 2004년 12월에는 0.2%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열독률 수치 역시 같은 기간, 0.3% 포인트 차로 좁혀져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30대의 열독율 조사에선 이미 중앙일보가 조선일보를 제쳤다고 AC닐슨 자료는 밝히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노보가 “열독률 조사에서 경쟁지와의 격차가 0.3% 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지만 회사는 태평하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에서 드러나듯 조선일보는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이같은 위기 의식 속에 단행된 가판 폐지 방침에 ‘남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조선일보는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보존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매일 저녁 7시면 인터넷을 통해 사실상의 가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조선일보의 이야기는 말이 안된다”며 “과거 몇천 부 찍는 가판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이 사라진 가운데 결국 경영상의 돈 문제에 의해 가판을 폐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정책위원은 또 방상훈 회장이 기자들의 노동 강도 문제를 거론한 부분과 관련, “가판에 실리는 기사는 이미 그날 오전에 다 나온 주력 기사 몇 건만으로 만들어지는데, 노동 강도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며 “향후 신문경품 신고포상제 등이 실시되면 유통과정에서 메이저신문의 유리함이 줄어든다는 위기감 때문에 취해진 조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언론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그동안 조선일보가 기자들의 노동 강도 운운하며 가판 폐지 문제에 확답을 하지 않다가 폐지 방침을 정한 건 결국 자신들의 위기상황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 폐지방침이 조선일보의 위기인식 수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 간 가판은 언론과 정부·기업간 ‘뒷거래의 온상’으로 지적돼 왔다. 언론개혁 진영의 꾸준한 요구에도 대부분 언론은 가판 폐지 문제에 대해 ‘목하고민중’이라는 입장만 밝혀왔다. 그래서 더욱 ‘1등 신문’ 조선일보의 전격적 가판폐지 결정은 의미심장하다. 조선일보 등이 지배적으로 누려온 시장의 이권이 하나둘씩 ‘소멸’돼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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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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