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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소식

김진숙 지도위원 이소선 어머니 추모사

희망버스 타고 가서 진숙이 만나고 싶다 하시더니 결국 이렇게 오셨습니까?
희망버스 타고 가서 해고된 한진 노동자들 보고 싶으시단 말씀이 결국 유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쓰러지시기 전, 두 번이나 전화를 하셔서 오시겠다는 걸 곧 내려가서 뵙겠다고 못 오시게 했던게 이렇게 후회가 될 줄 몰랐습니다.

억울한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면, 노동자들이 싸우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시던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마저 싸우는 노동자들을 이 먼 곳까지 찾아 오셨습니까?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20세기 말,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숨져간 열사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여의도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 하실 때 그 추운 겨울 천막 안에서 어머니 아버지들이 라면을 끓이고 계시더군요. 라면보다 더 많은 약을 드시면서 매일 뜯겨나가는 천막을 붙잡고 422일을 싸우셔서 만들어진 법안에 의해 제가 마침내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고 부당해고와 복직 결정까지 받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감사드린다는 제 인사에 어머니께선 ‘니들이 또 열심히 싸우면 니들 후손들이 혜택을 보고 살것지’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것은 다 내주고 이 땅 노동자를 위해 사셨던 분,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노동자는 단결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던 말씀은 어머니 삶에서 나온 평생의 철학이었고 지혜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숙한 저희들은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해 죄송스럽고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내려가서 뵙겠다는 약속도 지키질 못했고, 병원에 계실 때만이라도 찾아 뵙고자 했던 다짐도 지키질 못했습니다. 기다리시게 한 시간들이 너무 길어 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질 못하고 그렇게 가셨냐는 원망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전국에 있는 열사들 장례를 도맡아 치렀던 박성호 동지도 어머니를 제 손으로 모시지 못하는걸 너무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박영제, 정홍형, 오늘로 단식 23일째, 누구보다도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는 신동순 동지.
그리고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의 뜻을 가슴에 품고 사는 우리 조합원들, 다 같은 마음입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그리고 비록 다른 깃발 아래 선 노동자들까지 모두 같은 자식으로 품고 사셨던 어머니.
이제는 하늘 나라에서 수많은 자식들을 품고 사실 어머니.
먼저 간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 어머니에게 살아있는 자식들이 얹혀 살았던 세월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제 편안히 가세요.
배가 고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아들 만나셔서 이승의 고통일랑 다 내려 놓으시고 못다 한 얘기, 못다 나눈 정, 맘껏 나누세요.

어머니로 인해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키지도, 달라지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어머니를 기억할 것입니다.

어머니, 생전에 그러셨듯 먼 길 마다 않고 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늘 길잡이가 돼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손도 못 잡아보고, 승리의 소식도 전하지 못한채 이렇게 애통하게 어머니를 보내드리지만 정리해고 없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어머니.

2011년 9월 6일

이소선 어머니 추모의 밤 85호 크레인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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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제5대집행부

등록일2011-09-07

조회수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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